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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빈동 공구상가에는 ‘메이드 인 포항’ 완제품 한 개도 없다

작성일
2019-01-02 10:20:14
작성자
관리자

50년 전 작은 어촌마을 포항은 국가 주도 하에 철강공단 설립이 추진된 이후 급성장하며 1990년대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포항철강공단의 얼굴이자 큰형인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9년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톱5를 다투는 글로벌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고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분야 후속주자들도 포항에 생산공장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철강공단 내 2만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연간 14조원을 생산해 32억달러(한화 36천억원)를 수출하며 경북지역을 넘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포항경제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일변도의 지역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본지는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신년특집 기획시리즈를 통해 철강도시 포항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진정한 철강클러스터 구축을 향한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보려 한다.

 

지역백화점·대형마트에도

포항산 생활 완제품 없어

하루빨리 산업구조 다변화로

철강중심 경제 한계 극복해야

 

철제(鐵製) 완제품 하나 못만드는 철강도시 포항

 

포항시 북구 남빈동의 남빈사거리 인근 상가. 직선거리 250m 왕복 4차선 도로 좌우에 빽빽이 들어선 상가건물에는 수십년전부터 공구판매점, 철물점, 볼트전문점 등 50여개 점포가 자리를 잡아 이른바 남빈동 공구상가를 형성했다. 이곳 상가에서 취급되는 수백, 수천여가지 제품 중에는 알루미늄, 플라스틱과 같은 비철 제품도 있지만 상당수가 철()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런데 철강도시 포항에서 만들어진 메이드 인 포항(Made in Pohang)’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상가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쉽게 접할 수 있는 철제 사다리는 강원 춘천과 경기 양주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구인 멍키스패너와 펜치는 각각 경남 함안과 경기 화성에서 만들어졌다.

 

독일에서 수입된 전동드릴, 스위스에서 수입된 전기톱 등 수입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도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명색이 철강도시에서 철로 직접 만든 완제품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공구상가를 30년째 운영 중인 업주 김모(63)씨는 포항에 완제품 생산 공장이 한 곳도 없는데 포항에서 생산한 철제 제품을 찾는다고 하니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우리 가게 제품은 30년 전에도, 현재도 모두 타지에서 들여온 것들 뿐이다고 설명했다.

 

포항지역 백화점, 대형마트의 생활용품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철제 냄비는 경기 안산에서, 국자 등 철제 주방도구는 인천과 경기 광명에서, 옷을 보관하는 철제 행거는 경기 김포에서 생산됐다. 이곳에서도 생산지가 포항으로 표기된 철제 완제품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대형마트 직원 최모(42·)씨는 생활용품 매장에 배치된 상품 중 포항에서 생산됐다는 제품이 있다는 말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다철강도시 포항에서 직접 생산한 철제 제품이 있다면 고객의 구매욕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강일변도 산업구조

 

포항철강공단은 철강이라는 이름에서 확인 가능하듯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제선·제강·압연 공정을 통해 1차 철강제품이 생산되면 중간재 업체들이 제품을 가공해 강관, 후판, H형강, 철근 등 조선, 자동차, 건축산업에 활용되는 중간재를 만들어낸다.

 

중간재는 최종재 생산업체로 납품돼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대형 제품에서부터 프라이팬, 밥솥, 손톱깎이 등 소형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완제품으로 재탄생한다.

 

현재 포항의 산업구조는 1차 철강제품에서 중간재까지 이르는 과정이 전부다. 철강도시에서 철제 자전거 하나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포항의 산업구조는 철강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201810월 현재 포항철강공단 내 입주공장 347곳 중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1차금속 업체(129)와 조립금속 업체(68)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56.8에 이른다. 나머지 업체 중에서도 철강 생산과 무관한 업체는 석유화학 업체 36, 전기전자 업체 9곳 정도가 전부이며 상당수가 철강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업체다.

 

이는 포항지역 전체로 범위를 확장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포항시가 20186월 작성한 2016년 기준 사업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지역 제조업체 2764곳 가운데 선박 건조업체는 24곳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종사자 100명이상 업체는 단 1곳도 없다. 자동차 생산업체는 단 1곳도 등록돼 있지 않으며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만이 13곳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철도장비, 항공기 및 우주선 관련 제조업체도 전무하다. 이렇다보니 지역 철강업체가 생산한 제품 대부분을 타지역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 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현재 철강공단에서 생산된 제품 중 90이상은 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포항에 작은 손톱깎이라도 철을 활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면 생산과 공급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경북매일 >